오늘은 2011년에 들어와서 4번째 해가 뜬 1월4일이다. 떠나가는 2010이 그다지도 아까웠던가. 넘어갈 시간의 허리를 붙잡을 셈으로 열심히 얼굴을 보이던 망년회, 송년회의 시끄러움은 가라앉고 벌써 낯설음의 새로운 해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제 1월 한 달은 신년회로 또 한참 바빠지게 생겼다.
2011년-, 아주 간단하기는 2010과 2012의 산술평균, 즉 두 개의 숫자를 더해 둘로 정확히 나눈 값이다. 또 인류가 생긴 게 약 20만년쯤 되었다 하니까 그것의 100분의 1쯤 되는 그런 숫자이기는 하나 과학적으로는 사실 별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고 본다.
필자는 DJ정부 때 이력서 하나 제때에 못 디밀어 크게 후회한 사연이 있어 그 사건 이후는 새로운 해를 맞게 되는 정초마다 이력서를 새로이 정리하는 버릇을 갖고 있다. 딱히 낼 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 짓에 대한 변은 ‘내 자신의 뒷모습을 내 스스로 볼 수 없는데 반하여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요, 내일을 바라보는 지혜일수도 있다’라는 것이다. 그 중에 나는 스스로 내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워 한다. 어, 하나도 버릴게 없네. 이 친구 참 잘 살았어. 혹자는 새해는 지난해를 옛것으로 규정한 자에게만 새해가 된다고 한다. 이는 더 이상 지난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으로 오늘과의 단절, 버리고 끊는다는 결별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는 이 말에 기본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지나간 한해이니 잊자, 버리자, 용서하자, 태우자, 심지어는 끊자를 받아들이기에 속이 너무 좁아서다. 그리고 살아서 지내야 할 남은 시간에서 1년을 빼야 하는 가슴의 덜컹거림으로부터 자유롭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결별한 2010년12월31일과 새로이 맞이한 2011년1월1일의 차이는 무한히 긴 실타래에 있는 실의 하나의 매듭일 뿐 그 외에 과연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섭씨 0도의 물이 어는 점과 100도의 물이 끓는 점을 표시하고 이를 100개로 나누면 한 눈금이 1도가 된다. 이를 우리는 온도계라 한다. 이는 마치 해의 흐름을 삼백육십다섯 개로 나눠 하루로 정한 것과 다를 게 무엇이 있을까. 또 2010의 끝이 2011의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일 뿐인데 뭘 자르고 말고 할 게 있을까. 새해라는 건 우리의 선배들이 언제쯤 그랬듯이 사회적 통념으로 약속되는 하나의 합의일뿐 아니겠는가.
그러나 선배와 선배의 선배들이 합의에 의해 만들어 놓은 새해라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자신의 가슴 속에 내재된 나만의 <새해>가 그것이다. 이건 달력위의 <2011>과는 전혀 다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역설적으로 2011의 의미는 전혀 새로움이 아니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동쪽에 뜨는 해나 서쪽으로 지는 해나 똑같은 해이고 동해의 호미곶에서 보는 해나 여수 오동도 앞에 떨어지는 해 또한 같다. 사람들의 생각이 다르니 해가 달라 보이고 사람들이 보는 위치가 다르니 또한 달라 보이고 시간이 다르니 또한 같지 않아 보일뿐 지는 해는 하나의 해다. 2010이나 2011은 보기에 따라 숫자의 차이일 뿐 본질은 하나도 다르지 않다.
새해 들어 술·담배를 끊어야겠다, 다이어트 해야겠다, 자격증 하나 따야지, 시가에 잘하고 친정에 덜 섭섭케 하리라 등등 사람들의 맹세는 백 가지도 천 가지도 넘는다. 미래가 낯설고 두렵고 어렵기 때문이리라. 이제 시간의 흐름에 나를 맡겨 나만의 시간에 대해 내가 인지하고 책임을 지고 성숙함을 키워보자는 것이다. 매일 매시간 아무 때고 눈을 뜨면 그것이 새로움이고 그것이 새해가 될 것이요. 눈을 크게 떠도 헛것을 보면 또 다시 털어버려야 할 부족함의 잔재가 계속 쌓이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오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모르는 미래를 위해 서로를 위로한다. 좋은 말은 언제 들어도 참 좋다.
글/ 문정기(행설아 10기)-전남매일세평 201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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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석상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