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국고보조금


2008년 12월 6일 언론은 감사원에서 발표한 ‘주요 국고보조사업 관리실태’를 ‘지자체, 국고보조금 절반 미집행’‘광역지자체 6곳 국고보조금 매년 1조 7800억씩 잠잔다’는 제목으로 보도하였다.

정부 중앙부처가 예산 집행에 필요한 용지 확보 등을 확인하지 않고 국고보조금을 지급해 경기도 등 6개 광역자치단체에서 매년 1조 7800여억 원의 예산이 제 때 사용되지 못한 채 사장되고 있다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왔다는 내용이다.

한 마디로 중앙정부는 집행 가능성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고 보조금을 교부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준비 없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감사원은 목포시 공설묘지 조성사업과 남해안 관광벨트 개발사업 등 무수한 예산 낭비 사례를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감사원이 국고보조 실태에 대해 조사하고 문제를 지적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감사원은 2007년 5월에 ‘지방자치단체 국고보조금 등 예산 운용실태’감사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서 감사원은 1) 사업계획 및 예산편성 분야 2) 국고보조금 교부신청 및 교부결정 분야 3) 국고보조금 집행관리 및 정산 분야 4) 국고보조금 제도운용 분야에 걸쳐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방자치단체 국고보조금 운용 문제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 예만 들면 2006년도에 12월에 교부한 국고보조금이 건설교통부의 2921억, 농림부의 2004억, 행정자치부의 1185억 등 9183억에 달했다. 이렇게 12월에 ‘밀어내기식’ 국고보조를 하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집행을 다음 연도로 넘겨야 하고 비효율적인 예산집행이 될 수밖에 없다.

2008년 2월 제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민세금 1원도 소중하다’는 예산낭비사례 분석 자료집을 내놓았다. 이 자료집은 예산낭비 유형 다섯 번째로 ‘국고보조금 및 출연금 관리 잘못으로 인한 예산낭비’를 들고 있는데 ‘국고보조금 신청서류의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신청대로 지급’, ‘일선 현장의 사업여건이나 집행실적 등을 도외시한 채 종전 방식대로 지원하여 사업부진과 자금사장 초래’와 관련한 여러 사례를 들고 있다. 여기 나오는 예산낭비사례들은 감사원이 결산 감사등을 통해 최근 몇 년 간 모은 사례들이다.

한 마디로 하늘 아래 새로운 낭비는 없다. 비슷한 예산낭비 사례가 지적되고 비슷한 대책이 세워지고 또 몇 년 후 조사하면 역시 비슷한 예산낭비 사례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 뫼비우스의 띠같은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문제가 있는 국고보조금 사업은 과감하게 예산삭감을 해야 한다.

그리고 국고보조금 낭비 사례가 심한 곳은 담당 책임자와 간부를 징계해야 한다. 감사원이 발표한 국고보조금 예산 낭비 사례를 보면 이건 예산낭비가 아니라 직무유기나 배임에 가까운 사례들도 많다. 춘추전국 시대 이래 상벌은 공직 사회를 규율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감사원과 정부는 주의나 시정 같은 미지근한 조치 말고 과감하게 징계를 요구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공무원이 징계를 겁내 복지부동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사람이 있다. 규정과 절차에 따라 예산을 집행하는 것과 복지부동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 지금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실적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고 예산이 없으면 그런 실적을 올릴 수 없다. 엄격하게 예산관리를 한다 하더라도 예산이 모자라 일 못하겠다고 하는 곳은 많다.

정부 중앙부처가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국고보조금 규모는 2004년 12.7조 원에서 2008년 23.7조 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고보조금은 2008년 당초 지방자치단체 예산 124.9 조 원의 18.9%라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 정부가 재정집행을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면서 나라 돈을 마구 풀고 있지만 그런 효과를 보려면 예산낭비를 막는 밑바닥 토대부터 다져야 한다.


정광모는 부산에서 법률사무소 사무장으로 10여년 일하며 이혼 소송을 많이 겪었다. 아이까지 낳은 부부라도 헤어질 때면 원수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인생무상을 절감했다.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며 국록을 축내다 미안한 마음에 『또 파? 눈 먼 돈 대한민국 예산』이란 예산비평서를 냈다. 희망제작소에서 공공재정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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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3 09:21 2009/01/1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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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복지, 서울시 희망통장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내려가는 건 어렵지 않다. 경기는 최악이니 고용 상황은 살얼음판이다. 실직하고 병이라도 걸리면 있는 재산은 쉽게 까먹는다. 이처럼 빈곤층으로 가는 길은 넓고 크다. 실증조사도 이런 현실을 뒷받침한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중산층 가구의 비중은 지난 1996년 68.5%에서 2006년에는 58.5%로 떨어졌고 빈곤층은 11.3%에서 17.9%로 증가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반면 빈곤층에서 중산층으로 올라가는 길은 좁고 험하다. 만약 여러분이 갑자기 빈곤층으로 추락하면 다시 재기할 수 있을까? 정부가 제공하는 복지 혜택은 일회성 급여 형태가 많아 빈곤탈출을 돕는데 한계가 있다. 서울복지재단이 2008년 7월,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하니 90% 이상이 앞으로 계속 생활형편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울시의 기초생활수급자는 21만 명, 차상위계층은 인구의 5%를 차지한다. 서울시 복지 예산은 3조가 넘고 서울시 전체 예산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저소득층의 복지 서비스 체감도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2009년 서울시는 저소득층이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서울 희망플러스 통장’ 제도를 운영한다. 서울시가 처음 도입하는 제도다. 일을 하는 저소득가구가 매달 일정액을 적립하면 서울시가 본인이 모은 금액 만큼 돈을 함께 적립해 2~3년 후에 주는 제도이다. 즉 1 : 1 매칭사업이다. 적립금은 매달 20만원까지 가능하고 2009년에 30억 정도를 투입해서 1500가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런 지원예산의 60% 정도는 기업과 민간후원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서울시 희망통장 전달식


이 사업은 서울시가 기획 관리하고,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홍보하고 기금을 모으며, 서울복지재단이 집행하는 3자 협동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서울복지재단은 2008년 100가구를 상대로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사업 도중 단지 2가구만이 탈락했다. 이 사업은 반드시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적립금을 넣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건강이 좋지 않아 실직한 2가구가 포기한 것이다.

희망통장에 참가한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70만 원 정도의 임금으로 간병 일을 하면서 두 아이를 키우기 너무 힘들어 세상을 비관했다. 2만 원 청약통장 불입도 미루어 왔던 내가 희망통장을 알고 나서 다달이 20만 원을 저축하고 눈덩이처럼 불어가는 희망 보따리 생각에 3년 후 미래를 손꼽아 기다린다”

시범사업 100가구 중 여성이 80% 정도를 차지하고 한 부모 가정이 60%라고 한다. 그만큼 어렵게 사는 여성이 많다는 자료일 수 있지만 여성의 자활의지가 더 강하다는 징표일수도 있다. 서울복지재단은 이들의 빈곤탈출을 위한 재무관리도 도와준다. 희망통장은 1993년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처음 도입했고 정부 보조금과 기업 기부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영국과 캐나다, 대만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

지방이 기초생활보장수급자 급여와 같은 복지사업에 80%의 국고보조를 받는데 비해 서울시는 재정이 낫다는 이유로 50%의 보조를 받아 재정 압박을 더 받는다. 그런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그 동안 서울시는 독자적인 복지 사업을 많이 벌이지 않았다.

한국에서 새로운 복지 모델을 정착시키려면 ⅰ) 적절한 복지 이론 ⅱ) 이론에 따른 적절한 모델 ⅲ) 모델을 운영한 성과가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사회복지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효과적인 모델 개발은 많지 많았다.

진심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새로운 복지모델인 희망통장 사업이 좋은 성과를 내기 바란다. 그래서 보건복지가족부와 다른 자치단체에도 이 사업이 많이 퍼져가기를 바란다. 복지사업에도 긍정의 힘, 희망의 힘이 필요하다.

정광모는 부산에서 법률사무소 사무장으로 10여년 일하며 이혼 소송을 많이 겪었다. 아이까지 낳은 부부라도 헤어질 때면 원수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인생무상을 절감했다.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며 국록을 축내다 미안한 마음에 『또 파? 눈 먼 돈 대한민국 예산』이란 예산비평서를 냈다. 희망제작소에서 공공재정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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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3 09:19 2009/01/1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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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제자인 자로에게 말하였다.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진정 아는 것이다.” 예산심사를 하는 국회의원에게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깎을 수 있는 것은 깎을 수 있다고 하고, 없는 것은 없다고 하는 것, 그것이 진정 예산심사를 하는 것이다”

국회 예산심사를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원회에서 12월 10일 일어난 일을 보자. 문제 있는 SOC 예산 대폭 삭감을 주장하는 민주당 오의원에게 한나라당 의원이 이렇게 묻는다. “오의원께서 100억을 압해-화원 간 연결도로 신규 사업에 투자하자고 증액 요청을 하고, 상임위원회와 함께 괴산-음성 국도 건설도 신규 사업으로 50억을 주장했습니다. 이런 식의 모순된 주장을 하시면서 ...” 다른 의원이 답한다. “ 그런 예를 찾자면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도로를 비롯한 SOC 예산을 깎으려면 이곳은 B의원, 저곳은 D의원, 이쪽은 무슨 시, 저쪽은 무슨 단체씩으로 걸리지 않는 곳이 없다. 우리 당 쪽과 우리 지역 쪽 예산은 챙기면서 다른 당 쪽 예산만을 깎기는 어렵다. 계수조정소위에서 류의원이 의원이 겪는 고충을 생생하게 말했다. “십 수 년을 기다려 겨우 10억, 15억 넣은 국도 사업인데 이것을 무 자르듯이 잘라요? 그런 예산 심사가 어디 있습니까?”

민주당은 예결위원장인 이한구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구에 계수조정소위에서 거론되지 않은 청소년수련관 건립 예산 7억 원을 끼워 넣었다고 ‘혈세 훔쳐 동네 챙긴다’고 비난했지만 솔직히 말해 이런 기회가 오면 마다할 의원이 몇 명 되겠는가? 국회의원도 의정보고서에 실을 성적이 있어야 하지 않지 않겠는가?

그리고 우리 국민이 그런 우수 성적을 받는 의원을 선호하지 않는가? 결국 2008년보다 26%나 늘어난 SOC 예산은 정부안에서 고작 1000억을 줄인 24.7조로 결정되었고 민주당이 주장한 3조 삭감은 눈 녹듯 사라졌다. 국회를 통과한 예산 내역을 보면 정부안에 없지만 신규로 넣은 도로 사업이 수 십 건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날림으로 심사하고 나라 예산을 마구 뜯어가도 좋다는 말이 아니다. 심사를 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계수조정소위에서 우의원이 SOC 예산 삭감 기준으로 정한 집행률이 연례적으로 50% 미만인 것, 국가재정법이 정한 대규모 개발사업 예산의 단계별 편성 원칙을 어긴 예산, 전년도 예산에 비해 2배 이상 뛴 사업 자료를 국토해양부에 요구했지만 국토해양부는 감감무소식이었다.

정부는 예산작성지침과 집행지침이 있지만 국회는 예산심사지침과 결산심사지침이 없다. 당론과 의원개인이 정한 기준이 예산심사기준이다. 객관적이고 공평한 심사기준이 있어야 예산이 삭감되는 상대방도 승복할 수 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만들려면 국회에서 결산을 잘 해야 한다. 행정부가 전년도 예산을 잘 썼는지 못 썼는지, 예산이 남지 않았는지 알아야 다음 년도 예산을 깎는 기준을 결정할 수 있다. 지금 국회 결산은 의원도 언론도 관심을 두지 않아 껍데기만 남아 있다.
또한 행정부가 예산편성을 할 때부터 국회가 사업을 판단할 수 있도록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해야 한다. 예결위 상설화는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 주장하다 여당이 되면 반대하고, 민주당이 야당일 때 주장하다 여당이 되면 반대한 ‘선택적 기억상실증 증후군’에 걸린 대표 정책이다.

예결위 상설화를 해야 하는 이유는 이렇다. 지금 284조 나라 예산은 행정부가 독점해서 편성한다. 그 흔한 국민 토론회나 공청회도 없다. 행정 관료가 편성권을 쥐고 있으니 그들 권한이 막강하고 특히 최종 결정권을 쥔 기획재정부 권세가 하늘을 찌른다. 모든 독점은 폐해가 심각한데 예산을 편성할 때도 마찬가지다.

예결위 상설화를 하면 국회가 예산편성단계부터 적절한 사업들을 편성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정치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택하는 예술이라고 했다. 예산편성을 할 때 행정부 1극 독점보다는 행정부와 국회 2극 과점체제가 낫다. 그리고 이 2극 과점체제에 다수 국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넣자. SOC 예산을 깎기 어려운 의원에게 일방적으로 깎으라고 요구하는,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으로 부르지 못하게 하는 지금 국회 시스템보다 어느 모로 보나 나을 것이다.


* 이 칼럼은 여의도통신에 함께 게재합니다.




정광모는 부산에서 법률사무소 사무장으로 10여년 일하며 이혼 소송을 많이 겪었다. 아이까지 낳은 부부라도 헤어질 때면 원수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인생무상을 절감했다.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며 국록을 축내다 미안한 마음에 『또 파? 눈 먼 돈 대한민국 예산』이란 예산비평서를 냈다. 희망제작소에서 공공재정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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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6 13:28 2009/01/0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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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의 떡은 놓을 수 없다?

경영위기를 겪는 미국 3대 자동차 회사인 GM, 포드, 크라이슬러의 최고경영자들이 11월 19일 미 의회 청문회에 나와 정부에 구제금융을 호소했다. 이들은 모두 전용기를 타고 와서 지원을 요청했다. 민주당 하원의원의 날카로운 질책이 이어졌다.

“일반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 손 들어보세요”
“아무도 없다는 걸 기록해주세요”
“전용기를 당장 팔고 민간비행기로 집에 돌아갈 사람 손 들어보세요”
“아무도 없다는 걸 기록해주세요”

최고경영자들이 디트로이트에서 워싱턴까지 이용한 전용기 비용은 왕복 2만달러로 일반 비행기의 40배 가격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미국 의회가 순순히 자동차 산업을 지원해줄 리가 없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온 나라 국민이 경기침체와 실업 공포에 시달리는 지금 정부가 ‘예산 10% 절감’ 방침과 달리 2009년 인건비와 부처 운영비 등 경상예산을 4000억원 증액한 것으로 확인됐다. 17개 부처 중 인건비와 기본경비를 모두 줄인 부처는 기획재정부뿐이었다. 국방부와 법무부와 외교통상부는 두 항목에서 모두 예산을 늘렸다.

정부 예산에 ‘특수활동비’라는 것이 있다. 특수활동비는 정부 세출과목으로, ‘230목’으로 분류한다. 이는‘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수행되는 경비'를 뜻한다. 이 돈은 국민 세금으로 만든 돈이지만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다. 정부가 2009년 예산으로 국회에 8600억을 요구했고 기밀업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국가정보원 몫을 빼도 3700억이 넘는다. 온 국민이 경제위기에 빠져 허덕이는 지금 정부는 작년보다 100억이나 늘려서 국회에 요청했다.

‘특수활동비’는 1993년 이전에는 ‘판공비’란 이름으로 쓰였고, 1994년부터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로 나눠졌다. 감사원은 ‘업무추진비, 특수활동비에 대한 계산증명지침’에서 ‘특수활동비’는 용처가 밝혀지면, 경비집행의 목적달성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집행내용 확인서가 필요없다고 밝히고 있다.

감사원이 엄격하게 회계감사를 해도 예산낭비 사례가 줄줄이 나오는 판에 이렇게 감사원까지 나서 특수활동비를 마음대로 써도 좋다고 풀어놓았으니 그 돈은 '눈 먼 돈'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2008년 7월 당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던 고유가 대책을 발표하였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승용차 홀짝제(2부제)로 전환하여 에너지절약 분위기를 선도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지금까지 기름 값이 뛰면 정부가 이와 비슷한 많은 대책을 발표했다. 혹시 그런 발표에 장관과 차관, 공공기관 기관장이 자신이 타는 관용차를 반납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거나, 소형차로 관용차의 급을 내린다는 내용이 들어 있던 적이 있었는가?



             ▲ 고위공직자 전용차량 중 최고급 차량인 현대자동차 '에쿠스' ⓒ 현대자동차

타는 차의 종류가 타는 사람의 인격을 결정한다고 하는 우리나라에서 고위 공직자들은 남의 돈, 즉 나라 세금으로 타는 차를 줄일 생각이 없다. 내 돈이 아닌 국민의 돈의 운명은 이렇다. 고유가 대책은 국민과 직원이 하는 것이고, 고위직들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타는 대형승용차를 줄일 생각은 없다.

고위 공직자들은 자주 쓰는 ‘혈세’란 표현은 그냥 해본 말에 불과하니 거둬들이는게 좋을 것이다. 누군가가 장관이 얼마나 좋은지 해보지 않은 자는 모른다고 했다. 그들은 남의 돈인 국민 세금을 마음대로 쓰는 일 또한 얼마나 좋은지 해보지 않은 자는 모른다고 생각할 것이다. 고위 공직자들은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이라고 되뇌지만 정작 내 손의 떡은 놓을 수 없다. 한국 경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고위 공직자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자신들과 관련한 예산은 어떻게 쓰는지,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획기적인 정보공개가 필요하다.


정광모는 부산에서 법률사무소 사무장으로 10여년 일하며 이혼 소송을 많이 겪었다. 아이까지 낳은 부부라도 헤어질 때면 원수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인생무상을 절감했다.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며 국록을 축내다 미안한 마음에 『또 파? 눈 먼 돈 대한민국 예산』이란 예산비평서를 냈다. 희망제작소에서 공공재정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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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4 13:14 2008/12/2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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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의원, 국회의 달인인가?



화이트헤드는 인간 존재를 이렇게 설명했다. (ⅰ) 산다 (ⅱ) 잘 산다 (ⅲ) 더 잘 산다. 실상 삶의 기술이란, 첫째 생존하는 것이며, 둘째,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생존하는 것이며, 셋째, 만족의 증가를 획득하는 것이다.
김용옥은 이 세 마디 보다 더 간결하게 삶 전체를 요약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했다.

이 말을 국회의원 활동으로 바꾸면 이렇게 될 것이다. (ⅰ) 국회 활동을 한다 (ⅱ) 국회 활동을 잘 한다 (ⅲ) 국회 활동을 더 잘한다. 박영선 의원은 (ⅲ) 국회 활동을 더 잘 한다에 속한 의원이다. 그 바탕에는 기자시절부터 익힌 끈기와 철학이 있다.

올해 국정감사를 거치며 박영선 의원에게 ‘필사의 달인’이란 별칭이 붙었다. 올해 10월 감사원이 2008년 초 대통령직인수위 업무보고서를 열람하도록 하자 ‘대통령 수시보고’등 문구를 찾아 필사해뒀다 국회에서 공개했다. KBS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적절했는지 따질 때도 감사위원들의 KBS 감사회의록을 옮겨 적어 감사 문제를 밝혀냈다.

국회의원이 구하고자 하는 자료를 ‘필사’라는 방법으로 끝까지 찾는 기질은 아무래도 22년간의 문화방송 기자 경험에서 나온 것 같다. 그는 ‘박영선의 인터뷰, 사람향기’란 책에서 ‘인터뷰를 하러 가서 무엇부터 물어야 할지 고민을 해결해주었던 방법 하나가 내가 그 사람이 되어 보자는 것이었고 만나주지 않겠다면 끈질기게 기다려 보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골목을 지키며 기다리면 행운은 찾아왔고 그 행운은 언제나 인연을 만들었다’고 쓰고 있다.

박 의원에게는 철학이 있다. 그는 17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삼성 그룹에 비판적인 활동을 하며 심상정의원과 같이 투톱으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천정배 원내대표한테서 “지금까지 국회에서 재벌의 이름을 직접 거론해 비판하면서 국정감사를 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말도 들었다. 박 의원에게 삼성의 특혜 문제는 한국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과 브랜드로 성장하는데 넘어가야 할 성장통이었다. 당장은 쓰지만 길게 보면 한국 경제에 좋은 약이 된다는 철학이다.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박영선 의원


박 의원의 내공 진면목은 올해 7월부터 8월까지 열린 ‘공기업관련대책특별위원회’ 위원 활동을 하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근성에서 유감없이 보여줬다. 내공은 축적된 공부 힘에서 나온다. 그는 공기업 사장 사표와 공기업 매각 건에 대해 장관들의 판에 박힌 답변에 대충 넘어가지 않았다. 국회 회의록에는 사장 사표 건 청문회를 요구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 매각에 반대하는 그의 생생한 추격 모습이 담겨 있다.

『 ○ 박영선 의원 : 지금 적당한 사람이 없어 공기업 사장 임명도 못 한다는 답변을 하면서 왜 사표를 받습니까? 더군다나 경영실적 1, 2위에 있는 사람들을? 그리고 질의하면 대답을 못 하시지 않습니까, 지금?
○ 기획재정부장관 강만수 : 타 소관 부처가 아닌 데 대해서 정확히 모른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 박영선 의원: 공기업 사장은 기획재정부에서 전체적으로 파악하지 않으면 누가 파악을 합니까?
○ 기획재정부장관 강만수 : 전체적인 파악은 하고 있습니다만 개별적으로 왜 사표를 받고 어떻게 사표를 받았는지는 모른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 박영선 의원 : 그러면 개별적으로 사표 받는 건 누가 지시했습니까? 청와대가 지시했습니까?
○ 기획재정부장관 강만수 : 특별한 지시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재신임이 필요하다, 처음에 .....
○ 박영선 의원 : 정치적인 재신임이 필요하다는 게 어느 법률 근거 조항에 있습니까?』

박영선 의원의 끈기와 철학, 내공보다 더 높게 쳐야 할 대목이 있다. 그건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한 성찰이다. 그는 17대 국회가 열린지 얼마 되지 않은 2004년 7월 동료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국회 안에 있는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폐지하고 일반인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의원전용 승강기는 1975년 여의도 국회가 문을 연 이후 30년 간 관련 법 규정 없이 ‘의원 전용’이란 팻말을 붙이고 관행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스스로 개혁 진보적이라 생각하는 국회의원도 국회가 벌이는 예산낭비와 잘못된 관행에 대해 눈을 감기 쉽다. 국회가 진정 국민의 국회가 되려면 의원은 국민들이 ‘특권’과 ‘권위’의 상징으로 여기는 국회 내부 문제를 고쳐야 한다. 의원이 대정부 투쟁을 잘 한다고 국민의 신뢰가 돌아오지 않는다. 국회 자체가 국민들 눈높이로 보면 ‘특권층’이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이렇게 국회 내부 문제를 생각하는 의원은 얼마 되지 않는다. 감히 박영선 의원을 ‘국회의 달인’으로 부를 수 있다면 뛰어난 국회 활동과 함께 이런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얼마 되지 않는 의원이기 때문이다.


*이 칼럼은 여의도통신에 함께 게재합니다.



정광모는 부산에서 법률사무소 사무장으로 10여년 일하며 이혼 소송을 많이 겪었다. 아이까지 낳은 부부라도 헤어질 때면 원수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인생무상을 절감했다.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며 국록을 축내다 미안한 마음에 『또 파? 눈 먼 돈 대한민국 예산』이란 예산비평서를 냈다. 희망제작소에서 공공재정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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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4 13:08 2008/12/24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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