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합창단이 또 다시 모였습니다.

하는 일 없이 피곤하고, 괜히 몸이 가라앉고, 늘어지고, 나른하고, 덥고, 춥고 ..

근데도 불만합창단 모임이 기다려집니다.

왜 그럴까요?

좋은 만남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함께 웃고 떠들며 불만을 이야기하고 노래를 할 수 있어서인 것 같습니다.

숨이 짧고, 만성피로에 요즘 어쩐지 체력이 바닥을 치고, 흡연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지라 노래를 따라하면 숨이 차지만요. -.-;

연애를 하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어떻게 만났어요?" 그리고 "만나서 뭐해요?" 인 것 같은데요.

두 번째 질문 만나서 뭐해요라는 질문은 참 난감합니다. 딱히 뭘 하는 것도 아니고, 만나서 밥먹고 가끔 영화보고 산책하고, 뻔하죠. 어떤 커플이든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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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런지 동일한 목적을 갖고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가끔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뻘줌하게 있으면서 뭔가 말문을 트고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기 위해서 끊임없이 탐색하고 찔러보는 것보다...

아무런 연고 없이 무작정 모였지만, 불만을 노래한다는 것에 끌려서 오신분들인지라 함께 불만을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노래를 연습하는 것은 하나의 목적이 되어 우리를 감싸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함께 뭔가를 이뤄나가는 느낌. 좋잖아요?! 

누군가 제게 아자씨는 뭐해요? 라고 물으면 저는 불만을 노래해요 라고 이야기하고, 상대는 뭐 그런게 다 있냐면서 하하하 웃을 수도 있잖아요..

'불만 합창단을 하고 있습니다' 라고 하니 하하하 웃는 경우가 몇 번 있었습니다. ^^;

오늘 모임에서 제가 느낀 하일라이트는 오상남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저에게만 하일라이트가 아닐까 싶네요. 여러분들도 과연 공감하실지는.. the truth is out there.

예전에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자리양보에 대해서 꽤 많은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한 물음과 고민은 지금은 좀 엷어졌지만 여전히 품고 있기는 했구요.

과연 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걸까를 말이죠.

어릴때 앉아있는 학생에게 자리를 양보한지 않는다고 호통을 치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무심코 노약자석에 앉아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자리양보 안한다고 욕을 해대는 할아버지를 보고 앉으세요라고 하니 자긴 한 정거장만 간다는 할아버지를 허무하게 쳐다보면서.

자리에 앉겠다고 사람을 밀치고, 기다리는 줄은 무시하고 앞으로 끼여드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을 보면서,

과연 저게 무슨 의미일까를 고민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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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 지하철에 붙어있던 스티커


예전에 바카스 광고를 보면서 텅빈 지하철에서 노약자석을 가리키면서 여긴 우리자리가 아니잖아라고 하는 광고를 보고 혀를 끌끌 차며 도대체 저게 뭘까라는 생각도 하구요.

자리는 왜 양보하는 걸까.

안그래도 나이 때문에 피곤한 우리 사회에서 나이가 많다고 앉을 자리를 당당히 요구할 권리는 어디서 나오는걸까라는 의문을 가졌었죠.

그 당시에 워낙 치기 어린 시절이라, 나이와 관계없이 시민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갖는 사람들의 사회를 꿈꾸었던 저에게 이러한 강요는 상당히 폭력적으로 보였습니다.

몸이 불편하지도 않아 보이고, 임신부도 아닌 사람이 나이를 이유로 자리를 당당히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 반감이 많았죠.

나이가 많다는 것을 내세우는 게 아니고 '시민'에 대한 예의로서 상대방을 대하고, 자신이 정 힘들면 정중하게 부탁하면 일어서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뭐 이런 생각이요.

제가 술에 취해서 해롱거리면서 심야좌석버스 손잡이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데 한 아저씨가 학생 여기 앉으라면서 자리를 내어주던 따뜻함이요. 나이가 아니라 시민으로서의 가슴 따듯함. 배려.

약자에 대한 배려가 나이를 통한 폭력으로 왜곡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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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사회가 너무 빨리 변화하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장소를 점점 잃어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유일하게 자신의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사회적인 공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구요.

이런 잡다한 생각들을 했지만 정작 중요한 '소통'은 전혀 없었죠.

내가 관계 맺는 사람들 중에서 그런 고민을 편하게 나눌 수 있는 당사자로서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없었으니까요.

잠시 잊고 있었던 그 문제를 이번 모임을 통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어떤 결론을 내리진 못하겠지만, 노인의 입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멀쩡해 보이지만 서있는게 너무 힘들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그래 나도 가끔 (요즘은 자주..-.-;) 서 있는게 힘들지만 '너무' 힘든 건 아니지. 피곤해도 난 서 있을 만하지 뭐 이런생각도 들었구요.

사실 예전에 비해서 앉고자 하는 욕망이 강해지는 것을 스스로 느끼면서 나도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긴 합니다만. ㅠㅠ

지하철 문화가 정말 처절한 건 여전하지만, 예의를 강요하는 건 더이상 예의가 아니다라는 생각도 여전히 변함은 없지만,

그래도 한 번 다시 생각해볼 수 있어서, 할머님의 쌩라이브 육성과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저에겐 하일라이트 였습니다.

뭐 그렇다구요.

아님 말고. (뭐가? ㅠ.ㅠ)

어쨌든 (나만의) 하일라이트가 지나고 노래 연습을 하고 합창단 이름도 짓고 다음 일정도 정해보고, 김C도 만날 생각을 하고, 방송용 인터뷰도 스리슬쩍 하면서 우리의 모임은 잘 진행되었습니다.
(뒷풀이 후기를 너무 얼렁뚱땅 넘어가는 느낌 -.-;)

다음주는 여러가지 일정으로 참 바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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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C


10월 9일엔 김씨아저씨도 보고, 10일엔 명동에서 부끄부끄 하면서 거리공연도 함 해보구요.

11일엔 다른 불만합창단과 만나서 서로 노래도 들어보고, 불만도 공유하고, 사람들과의 만남도 있을터이니..

여러분들도 기대되시나요?

아님 말구요. -.-;

그래도.. 기대되죠? ^__^





2008/10/03 17:32 2008/10/03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