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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사회적경제리포트 독자분들에게 '네트워크'에 대한 유익한 관점을 제공하고자 '수원시평생학습관'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을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http://www.suwonedu.org/suwon/72661)
-편집자 주

네트워크의 시대, 평생학습이 네트워크를 하는 법

 현 우리시대를 ‘네트워크의 시대’라고 명명하는 것은 그리 과한 말은 아닐 것입니다. ‘무엇을 아느냐보다 누구를 아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도 그런 의미의 연속선상에 있습니다. 이 말은 자칫 성공을 위한 인맥관리 처세술로 변질되어 사용되기도 합니다만 가히 우리는 네트워크의 홍수 속에 떠밀려 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평생학습의 측면에서는 평생학습도시 정책 이후 네트워크가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평생학습도시의 핵심이 자원과의 결합을 통한 지역문제해결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일상생활 속에서도 흔히 사용하고 있고 전략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라고 하는 단어는 사용자에 따라, 문맥에 따라 달리 읽히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네트워크에 대한 현장의 치열한 고민과 학계의 엄정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네트워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숙명여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윤창국 교수님을 만나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숙명여대에서 교편을 잡기까지의 과정

정성원 : 어떻게 현재까지 오게 되셨는지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윤창국 : 석사과정에서 공부를 계속하다 보니까 조금 더 흥미가 생기고, 학부 때부터 사회적 관심이 있었는데 평생교육을 통해 사회변화라던가 이런 것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보니 박사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김신일 교수님의 지도학생이었는데 당시 교수님이 정년을 몇 년 앞둔 시점이어서 제자로 받을 수 없다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유학을 권하셨고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에 가서 성인교육을 배웠습니다. 유학을 간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저기서 지도교수님(이안 바티스트)를 만났는데 저에게는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사회를 보는 눈, 연구에 임하는 자세, 글을 쓰는 방법, 사유하는 방법 등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인간적으로도 정말 잘해주시고 학문적으로는 어떻게 엄격해야 하는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 많이 배웠던 것 같습니다. 그분 밑에서 공부를 하고 박사학위를 받고 와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에서 전문위원으로 6개월 정도 일하다가 때마침 평생교육진흥원이 생겨서 그곳으로 가게 되었고 2009년도 2학기에 숙명여대로 오게 되었습니다.

정성원 : 학부 때는 어떤 진로를 생각하셨던 건가요?
윤창국 : 사실 창피하기는 한데, 그 때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열정이 가득한 때잖아요. 그리고 제가 대학신문사 활동을 했었어요. 저널 쪽으로 관심이 있었는데 기자나 이런 적극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사실은 EBS에 가고 싶었어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죠. ‘나비의 꿈’ 같은 들판이라든가 자연에서 지내는 것,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이 시대의 중요한 사상가들을 영상으로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IMF 이후 EBS의 경우는 향후 3~4년간 채용계획이 없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소위 말하는 일간지 기자로 가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이게 권력으로 가기도 하고 기자라는 직업이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곳에 가서 권력을 재생산하고 보호하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끌어내리고 하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EBS를 못 갈 바에는 안 간다 이렇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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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국 교수(출처 : 수원시평생학습관)


네트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된 요인
 
정성원 : 교수님이 저널에 발표하셨던 「지역사회 네트워크 형성과정의 장애요인과 학습의 의미」 논문에 대해 질문을 드리려고 하는데요. 네트워크라는 것이 연결 고리가 강하든 약하든 예전부터 존재했고, 최근 들어서는 의식적으로 조직화시키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요즘 들어 왜 네트워크에 대한 관심이 강화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윤창국 : 네트워크, 연대, 협동, 협업. 그 이름이 무엇이든 간에 많이 강조 됐었죠. 그것이 최근에 와서 다시 강조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특히 우리사회에서 네트워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되고 있는 것은 바로 공동체에 대한 회귀 현상 같은 것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우리사회가 원래는 공동체 지향적 사회였지만 급속한 근대화를 이루면서 그것 못지않게 급속한 개인주의화가 이루어졌고, 또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뭔가 한번 방향이 바뀌면 급속도로 바뀌는 경향이 있잖아요. 단단한 공동체주의에서 급속한 개인주의로 변하면서 사회가 파편화 개인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최근에 사회적으로, 개인주의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것이 극단으로 갔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들이 우리사회에 나타나기 시작했고,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들이 서서히 무너지면서 우리 삶이 원래 이렇게 개인주의였나? 우리는 공동체 사회이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공동체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분명 있습니다.

단순한 과거로의 회귀이냐 새로운 형태로의 발전이냐를 봤을 때, 공동체라는 용어를 쓸 때는 과거지향적인 뉘앙스가 강한데, 새로운 공동체의 모습은 무엇이냐 라고 할 때 그것이 네트워크라는 용어로 탄생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점점 개인이 가지고 있는 프라이버시, 자유 등을 존중 하는 것, 개인이 각각 가지고 있는 다양성과 정체성을 같이 가져가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협력하고 조직화 될 수 있을까. 그 다음에 논의가 되는 것이고 그런 논의의 일환이 네트워크의 논의로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정책적 네트워크와 자발적 네트워크의 차이
 
정성원 : 논문을 보면 정책적인 측면에서의 네트워크와 자발적인 네트워크를 구분하셨고, 펜실베니아에 계실 때 지역 단체를 연구하신 것은 자발적인 네트워크에 대해 정리하셨던데요. 정책적인 의미에서의 네트워크와 자발적인 네트워크가 특별한 구분이 될 수 있나요?

윤창국 : 당연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모든 교육정책이나 사회적 현상이 관주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더라는 거죠. 그것을 네트워크와 관련해서 얘기해보면, 지금은 조금 시들해지긴 했지만 평생학습도시 지정 사업이 계속 되었잖아요. 그런데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되기 위해서 그리고 지정된 이후에 국가가 국고를 지원하는 사업 중 하나가 네트워크 강화 사업입니다. ‘네트워크를 맺어라, 맺어라’ 이런 식으로 위에서 정책적인 유도를 하는 거죠. 네트워크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조직, 조직과 조직, 공동체와 공동체, 집단과 집단과의 관계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과연 그런 강요된 네트워크라는 것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관계를 봤을 때에도 누군가가 두 사람이 친해야할 것 같다고 생각해서 ‘너네 둘이 친해져’ 라고 했을 때 그게 친해지겠느냐는 거죠. 관주도라는 것, 관주도의 정책적인 네트워크가 요구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같은 지역사회에 있고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으니까 협력을 해보라고 하는데, 그것은 인간을 억지로 만나게 하고-중매 등을 보면 그렇게 만나서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지만-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깨지게 된다는 겁니다.
 
또 관주도의 네트워크의 경우는 목적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관계를 맺어’ 라고 하는데 왜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가 없는 상태에서 관계맺음 자체가 목적이 되면 네트워크의 지속력은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자생적인, 자발적인 네트워크의 경우는 다양한 주체들이 목적을 공유합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모이게 됩니다. 친한 친구나 사이좋은 사람들은,  사실 이면을 보면 서로가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기 때문에 좋은 친구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무언가를 같이하기 때문에 좋은 관계가 유지된다는 거죠. 즉, 네트워크라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같이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지 네트워크를 맺기 위해서 네트워킹을 해야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거죠.
정책중심의 네트워크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바로 그와 같은 것이 됩니다. ‘일단 네트워킹을 해’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되니까 우리가 왜 만나야 하는지, 만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만나는 거죠. 그에 반해 자생적 자발적인 네트워크는 스스로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다른 사람/조직이 가지고 있다면 이것을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이와 같은 네트워킹이 되었을 때 조금 더 지속력이나 자생력이 높다는 것이 저의 기본적인 입장입니다.


네트워크를 맺을 때 고려해야 할 사항
 
정성원 : 네트워크가 자발적이든 정책적이든 잘해보자는 의지만으로 잘 이루어지지는 않는 거잖아요. 네트워크를 맺어 나갈 때 사전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랄까 이런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윤창국 : 박사논문에서 봤던 것 중 하나는, 제가 만나본 지역사회 단체나 사람들은 모두 우리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한다고 말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같은 목적과 의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네트워킹을 하지만, 자발적으로 활발하게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고, 어떨 때는 서로 갈등하고 분란을 일으키기도 하고, 서로 협력을 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왜 우리는 동일한 목적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무엇인가 합심해서 하면 될 것 같지만 왜 현실적으로 안 되는가. 서로 갈등하기도 하고 경쟁, 반목하기도 하나.
우리는 지금까지 항상 좋은 점만을 보지 않았는가. 의지가 있고 열정이 있다면 우리는 힘을 합칠 수가 있고 힘을 합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신화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 협력하고 언제 갈등하는지, 이런 구체적인 모습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라는 측면에서 접근했던 것이 제 논문입니다.
 
질적 연구를 하다 보니 일반화시키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긴 하겠지만, 결국에 가서는 어떤 네트워크를 하는데 있어서 우리가 알고 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하나는 조직의 생존 문제라는 것입니다. 조직의 생존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된 상태여야지 네트워크에 참여가 가능하고 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수준이 결정된다는 거죠. 조직에 얼마나 실질적인 이득이 되는가. 실질적인 이득이라는 부분은 아마도 조직의 지속적 생존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와 직결되어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이런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 없이 무조건 네트워킹 하자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네트워크를 시작할 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서로 참여하고자 하는 주체들이 실질적으로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공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우수한 물적 인적자원은 어떤 것이 있고 부족한 것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서로 채워줄 수 있는가에 대한 어느 정도의-100% 이야기하기는 어렵겠지만- 솔직한 공감대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사람이 모이면 그 안에서 권력관계가 형성되듯이, 집단과 집단이 만났을 때도 어쩔 수 없이 집단 간 권력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네트워크가 수평적이다 평등하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그렇지가 않거든요. 그렇다면 주체들이 모였을 때 과연 어떠한 권력관계가 형성되는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항상 친구관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좋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주도하는 사람이 있고 끌려가는 사람이 있듯이 네트워크도 어쩔 수 없이 그런 관계가 나타난다는 거죠. 그런데 좋은 친구 관계가 계속 유지되는 것은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동의한다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네트워킹이 있을 때 말로는 민주적이다 수평적이다 동일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거죠. 어느 정도는 권력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에 대해서 합의하고 받아들일 용의가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이 네트워크 초창기에 조정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틀림없이 나중에 지속되면서 갈등의 잠재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네트워크의 장애요인은 무엇인가
 
정성원 : 논문의 결론을 보면 네트워크에서 장애요인이 분명히 있고 무시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면서 미국의 사례를 가지고 3가지로 정리하셨는데요. 장애요인에 대해 좀 더 부연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윤창국 : 지금은 약간 변하기는 했지만, 장애요인으로는 서로 다른 참여의 수준, 기대수준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필라델피아 벨몬트 단체 사례를 보게 되면 하나의 협의체를 구성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공동의 작업을 하는데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자고 얘기했고 모두 동의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그 적극적인 참여가 어느 정도 수준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서로 다른 기대수준을 가지고 있었다는 거죠. 어떤 단체는 이 협의체의 일을 가장 우선시하고, 어떤 단체는 그냥 정기적인 회의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행사가 있을 때 빠지지 않는 정도도 적극적인 참여라고 생각했다는 거예요. 결국 제가 논문을 쓸 무렵 협의체가 깨졌는데요. 깨지기 직전 회의에서 나왔던 것이 왜 너희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느냐, 무슨 소리냐 우리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였습니다. 그렇게 싸우는 것을 보면서 기대수준이라는 것, 적극적인 참여라는 것이 누구나 주어진 맥락과 조건 속에서는 최선을 다한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이 서로의 기대에 어긋났을 때 또 다른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적극적’ ‘열심히 참여’의 의미가 각 주체에 따라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그런 것을 우리가 얼마나 인정하고 얼마나 보편적인 참여의 선을 설정하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하나는 네트워크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참여로부터 무언가를 얻어가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례에서는 시에서의 기금을 받았는데 여기서 첨예하게 나타난 문제가 시로부터 받은 하나의 파이를 어떤 방식으로 분배할 것인가 입니다. 1/n로 할 것인가, 규모의 크기로 할 것인가, 모든 것을 준비하고 집행하는 단체에서 좀 더 많이 가져갈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주도하는 몇몇은 지분별로 가져가자고 얘기하고 다른 그룹에서는 1/n로 공평하게 하자 얘기하고. 궁극적으로 지역사회의 발전이라는 목적에는 합의를 하지만, 결국에 깨진 이유는 거기서 얻어갈 수 있는 이익을, 즉 개인 수준에서의 희망과 일치하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어떤 공공의 것을 깨버리게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더라고요. 희소자원을 둘러싼 자원배분의 문제라는 것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합당한 것인가. 이런 것들도 역시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을 쓰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너무나 현실적인 문제이고 지금까지 우리가 지역사회운동이라든가 이런 것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헌신, 열정, 봉사 등으로 무장되어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고 이야기하는 게 얼마만큼이나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서 많이 고민이 되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이것을 쓴 이유 역시 지역사회에서 봉사하고 일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아름다운 말로 치장해서 그들에게 명예를 수여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실질적인 생존의 문제, 이런 것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이 없다면 활동 연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초창기에 하얗게 불태우고서 금방 사그라들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조직이라는 곳도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 등이 충족되지 못한다면 결국에 가서는 활동의 연한이 짧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글프지만 그것이 현실이고 우리가 명확히 인식을 해야겠다는 차원에서 이 부분을 마지막에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네트워크라고 했을 때는 실질적으로 우리가 회의만을 의미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물리적 공간의 공유가 없다는 것 자체가 큰 장애요인으로 발생하고 있더라고요. 우리가 어떤 네트워크를 한다고 하면 이 네트워크가 어떤 물리적 공간이라든가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회의를 하고 흩어지고 나면 그들은 시간만을 공유했지 물리적인 어떤 것을 공유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그들만을 위한 공간 등 어떤 물리적인 것이 있다면 그들의 기록 등이 거기에 남아 있고, 그와 관련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디로 가야 한다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이 협의체는 기관들을 돌아다니면서 하다 보니 어떤 기록도 명확히 남아있지 않고, 네트워크와 관련된 어떤 중요한 문제를 다룰 때 어디로 모여서 언제 논의를 해야 하는지, 또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는 거죠. ‘이번엔 너네가 해’ 이러다 보니 점점 부수적인 문제로 소원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집단을 위한 공간을 확보한다는 것 자체가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 우리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것을 잘합니다. 무슨 협의회하면 ‘사무실 하나 마련하자’ 그런 것들이 저는 매우 바람직한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만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인 공간을 같이 공유함으로서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정체성 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이 없는 상태에서 네트워크를 진행한다는 것 자체는 지반이 약한 측면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논문에서 장애요인으로 지적하고자 했던 것인데 이를 일반화는 시키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의 특성 등을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적어도 네트워크 사업을 하는 것에 있어서 어떤 것이 장애요인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조금의 예측, 고려사항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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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윤창국 교수(좌)와 수원시평생학습관 정성원 관장(우)


미국과 한국의 비교모델 사례 여부
 
정성원 : 약 10년 전에 필라델피아에 있는 단체들을 보시면서 내신 결론인데 이후 한국에 오셔서 연구논문을 쓸 때의 모델과 한국의 모델을 비교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윤창국 : 제가 이곳을 관찰한 것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인데요, 이곳처럼 장기간 관찰하고 있는 곳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장시간을 요하는 부분인데, 중간에 가서 조금씩 본 곳은 있지만 텀을 두고 쭉 관찰한 지역사회가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네트워크 사업에 대한 지역의 요청이 있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 이면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섣불리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제가 미국의 그 지역에 처음 갔을 때도 우리나라 다른 지역에 처음 갔을 때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3년 정도 계속 활동을 하다 보니까 그들의 이면이라든지 속사정을 자세히 알게 되었고, 어떤 점이 갈등으로 가게 되는지, 어떤 밑바닥에서 나타나는 그들의 욕망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협의회 같은 곳을 가보면 좋은 모습들만 보여주려고 하잖아요. 그런 부분들에서 많이 아쉽지요.
 
조금 다른 점은 우리나라는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강하게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특성 중 하나가 한번 인간관계가 형성이 되면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고 끈끈하게 얽힌다는 점이잖아요. 미국 같은 경우는 그런 것이 없거든요. 개인영역과 일의 영역은 다르기에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이 조직의 사람과 저 조직의 사람이 친한 관계가 이루는 게 쉽지 않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떻게 보면 일상적인 것이 먼저이고 조직의 문제가 나중인 것처럼 되기도 해요. 또 일상에서 친함이 강하게 작용해서 조직에서 유대가 강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네트워크의 결속력을 갖는 것에서는 우리나라가 훨씬 더 강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이것이 장점일 수도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요.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처럼. 양날의 검이죠. 아무튼 강한 결속력을 가질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는 다른 특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네트워크의 하향 평준화가 갖는 함의
 
정성원 : 모든 일에는 보편성과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데요. 필라델피아 벨몬트 지역의 경험이 한국에서 어떤 함의를 가질 것이냐는 또 고민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 후속작업으로 한국에서는 어떤 경우가 있을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분석이 있다면 과거 2004년부터 경험했던 것과 결합해서 훨씬 더 생산적으로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논문 중에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네트워크에 대한 서로 다른 참여수준으로 인해 모든 참여단체의 참여의지가 하향평준화된다는 것이다.” 라는 부분인데요, 이것은 무슨 의미인가요?
 
윤창국 : 그것의 의미는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적극적인 참여수준에 대한 기대가 모두 다르다고 했잖아요. 누구는 헌신적으로, 누구는 형식적으로 회의에만 참여를 하고. 이것이 지속되다 보면 밑에서 형식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우리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고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열심히 하던 사람들도 저 사람들은 저렇게 밖에 안하는데 우리가 왜 이렇게 시간과 돈을 들여 다른 조직을 위해서 일하는가 라면서 점점 밑으로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같이 올라가면서 상향으로 평준화가 되면 그 네트워크가 상당히 잘 지속되지만, 이 지역 같은 경우는 처음에 헌신하고 열심히 참여했던 조직들의 참여 수준이 점점 밑바닥에 있는 쪽으로 떨어지더라는 것입니다. 이게 하향평준화가 된다는 것이고 바로 이런 점에서 이 지역에서는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을 했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것이 상향평준화가 됐다면 훨씬 더 강점으로 작용을 했을 텐데요.
 
정성원 : 이것은 보편적인 논의라기보다도 그 당시 그 지역의 특수한 상황으로 이해를 해야겠네요. 네트워크의 특성상 참여하는 단체, 개인의 참여의지나 수준은 다 다를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기대수준이나 참여수준이 다르다고 해서 다 하향평준화 될 것이냐는 부분에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필라델피아의 상황이라고 이해를 하면 될까요?
 
윤창국 :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런 것은 노력하고 연구해서 밝혀야 할 부분이긴 한데요. 저는 조직의 일이 사람관계와 비슷하다고 봅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팀 프로젝트를 보면 그들의 참여수준이라는 것이 하향평준화 되는 것이 맞다고 보입니다. 학생들의 경우 팀 발표를 망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누구는 열심히 참여를 안 하는데 팀으로 성적이 나오는데 내가 왜 헌신해서 저 사람의 것을 채워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하향평준화 모습이 나타나더라고요. 물론 처음부터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팀은 잘 갑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은, 대다수이면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죠. 그런데 수가 엇비슷하게만 되도 하향 쪽으로 가게 되더라는 거죠. 이것을 네트워크로 얼마나 확대해석할 수 있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우려는 분명히 있다는 거죠. 하향평준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뒷받침해서 끌어올릴 것인가 그 기제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기제. 그리고 그런 것은 틀림없이 자원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관장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사실 이 지역사회 관련된 것은 1-2년 관찰할 것은 아니고 시간을 두고 관찰할 필요가 있는데요. 제가 2년 후에 안식년을 갈 예정인데 다시 이 지역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 때 이후로 얼마나 변화했는지 보고 지금까지 보기만 했던 지역사회 모습을 비교해보고 싶은 것이 제가 구상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거든요. 그런데 질적 연구의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는 시간과 모든 것을 들였는데 내용이 안 나오면 그게 가장 우려스럽습니다. 그래도 관심이 그쪽이다 보니까 그런 쪽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의 촉진 요인은 무엇인가
 
정성원 : 지금까지는 장애요인에 대해 말씀을 나눴는데요. 그렇다면 효과적인 것을 위해서는 어떤 것이 들어갈까요? 어떤 요인이 더 투입되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윤창국 : 장애요인을 뒤집으면 촉진요인이 되고, 촉진요인을 뒤집으면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아닌 것도 있습니다. 장애요인에는 말씀을 드리지 않았는데 장애요인이 될 수도, 또 다른 촉진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네트워크를 특정한 몇몇 사람에게 의지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것도 우리나라에서 보는 케이스 중에 두드러진 특성인데, 예를 들어 성남시나 도봉구, 종로 등 네트워크가 잘 된다는 곳을 가보면 그 네트워크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네트워크가 잘되다 최근에 흐지부지한 곳을 가보면 열심히 했던 누군가가 더 이상 안한다는 얘기를 하더라는 거죠.
 
제가 미국 사례를 많이 본 것은 아니기에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우리나라 같은 경우 개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개인의 헌신과 노력, 열정. 물론 파워 오프 원이라고 해서 한사람의 힘이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있지만 그 사람이 떠난 후, 없어졌을 때를 생각하면 그것이 정말 진정한 의미에서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죠. 그 사람이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지만 그것을 지속 유지할 수 있는 모종의 기제 같은 것이 있어야합니다. 저는 그것을 시스템이라고 말하는데, 네트워크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은 어떻게 보면 분업이라고 할 수 있죠. 한 개인에게 일을 몰아주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역할 분담을 통해서 무언가 한다는 것은 실천에 참여하는 것이고, 거기에 대한 소속감과 정체성은 거기에서 무언가를 함으로서만이 형성되는 것이죠.
저는 조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시스템을 갖춘다는 것은 적절한 분업 형태, 역할 분담을 한다는 것이고 골고루 역할분담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지속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것이 가장 강한 힘이자 아쉬운 부분이라는 것이죠. 실천가가 떠나고 나면, 우리나라 사회운동을 보면 활발했던 것이 급속히 시민사회 담론으로 넘어오면서부터 사그라들기 시작하고 지금 사회운동이라는 것이 많이 죽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회운동 그 이전의 모습들이 실천가들에게만 의존을 했지 실천조직은 남지 않았다는 거죠. 역할 분담, 분업과 같은 시스템의 구축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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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에 있어 개인의 열정과 시스템의 문제
 
정성원 : 시스템 구축이 중요합니다만 단계로 보면 하나의 목표를 발의하고 사람을 모으고 하는 과정에서 최초 발의자의 능력, 열정이 중요하고 사람이 모이게 하는 것이죠. 그것이 새로운 단계로 전환된다고 하면 시스템의 구축과 그 시스템에 근거해서 가게 되는 것인데, 단계가 구분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종의 초기 단계에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힘, 능력이 사람을 규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굉장히 열정적으로 가지 않으면 시스템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고 그래서 분업화 시켜나갈 수 있는 새로운 단계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겠죠. 그 분업화 속에서 새로운 성과들이 나오면서 힘을 받을 수 있는 것일 텐데요. 시스템도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긴 합니다만 초기단계에서 보여줬던 개인의 열정이 훨씬 더 분업화 구조화될 수 있는 단계까지 어떻게 잘 갈 것이냐 이것이 단계로 보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윤창국 : 저도 관장님 말씀에 적극 동의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마 리더십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고요.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개인이,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힘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상당히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까지 한 사람이 열정과 헌신을 보여야 할 것이냐는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너무 강한 리더십과 열정을 보이게 되면 계속 그 사람들에게 의지하게 되고 계속 유보를 시키게 된다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역할분담을요. 우리가 아마도 이것이 시스템으로 자연히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막연한 기대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실례를 보면 끊임없이 유보를 시킵니다. 그렇게 언제까지 도대체 이 사람에게 의지를 할 것인가.
 
실험도 해보고 싶기는 한데, 한 사람의 열정과 헌신은 극초반기에만 역할을 하고 자리를 잡아나가는 그 시점부터 역할분담이 되는 것이 차라리 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열정과 헌신을 보인 사람도 계속 소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담감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모든 게 그렇잖아요. 학교일도 그렇지만 좋은 아이디어 낸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시스템. 힘들잖아요. 아이디어를 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것이기 때문에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는 역할분담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아무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안내는 상황 같은 것, 우리는 알게 모르게 발의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전가시키는, 책임을 던지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부담스러운 부분이 분명히 있지요. 그런 것을 최대한 줄여주는 시스템 쪽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네트워크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
 
정성원 : 열정이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과정. 그것은 해당 지역의 조건,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준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기에 일반화는 쉽지 않겠습니다만 평생학습계 내에서 네트워크가 앞으로 더 중요한 문제로 부각된다면 이것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이 있으면 더 좋겠는데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논문은 잘 안보이더라고요.
 
윤창국 : 그렇지요. 사실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것은 상당히 긴 시간을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현재 업적평가 시스템 등은 교수들의 장기적 연구를 불가능하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연단위로 논문을 써내야 하고. 이러다보니까 뭔가 장기간의 연구, 현장에서 가서 보고 어울리면서 그 이면까지 볼 수 있는 연구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습니다. 
제 경우도 현장을 오래 보면서 뭔가 글을 쓰고 싶지만, 교수 평가 때문에 당장 눈이 보이는 현상만 가지고서 쓰게 되고 이런 부분이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은 교수님이나 학자들도 많아 안타까워하는 부분입니다. 방금 전 말씀하신 것들은 정말 정밀한 관찰과 장기간의 실험을 요하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현재의 직업을 유지해나가는데 있어서 조금은 리스크가 큰 부분이 있지요.
또 하나의 연구로 논문이 여러 편 나온다면 그것도 해보겠지만 사실 질적연구는 논문이 한 편밖에 못나오는 구조이거든요, 제대로 하면. 그러다보니 많이 안타깝지요. 그래서 네트워크의 결과적 측면들만을 묘사하는 것만이 나오게 되는 것이 현실적인 것이지요.
 
 
효율적 네트워크와 자원의 빈익빈 문제
 
정성원 : 저희도 네트워크 사업을 하고 현장실무자들이 모이고 고민하고 나누는 사업을 하는데 이것을 진행하다보면 목표하는 것을 하고자 할수록 자원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력, 열정뿐만 아니라 공간, 돈 이런 각종 자원들이 필요한데 이것을 누가 더 내놓고 리드할 것인가가 굉장히 큽니다. 수원시평생학습관은 그나마 조건이 양호한 편인데 다른 기관들은 굉장히 열악합니다. 실무자가 1-2명 있는 기관도 있고. 자원을 내놓을래야 내놓기 어려운, 저희 같은 기관이 빠져버리면 자원이 없으니 굉장히 어려움이 있습니다. 네트워크 사업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객관성은 자원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와도 연관이 있다, 아직까지 일반 시민사회, 자발적으로 하는 곳의 자원의 빈익빈이 네트워크 사업 어려움의 한 요인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창국 : 아까 이 부분도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이것은 정말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차마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상당히 중요하고 사실은 그와 같이 뭔가 자원을 얻기 위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람, 기관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 부분을 얼마나 인정하고 들어가느냐 하는 문제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아쉬운 것은, 논문에 있는 사례의 경우는 단체들이 지역사회에서 뭔가를 하겠다고 하여 국가적인 차원에서 돈을 대주겠다는 것이었고 이런 공모형식으로 주는 돈들이 상당히 많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반드시 관이 껴야 하거나 국가에서 돈을 받기 위해서는 민간만 해서는 어려운 구조입니다. 사업을 하고 싶은데 지원금을 받아올 수 있는 구조가 상당히 부족한 편입니다. 이런 것이 좀 많아져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는 평생교육 사업을 얘기할 때 ‘네트워크 사업에 얼마를 주겠다. 무슨 사업을 하겠다’라는 사업명을 정해줄 것이 아니라 뭘 하고 싶은지, 그것이 얼마나 타당한지를 보는 것이 필요하다, 내용을 미리 정해놓고 주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제안 받고 그것에 대해 줘보자 라는 제안을 합니다. 그런데 잘 안되더라고요.
그렇게 된다면 자발적으로 뭔가를 해보자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것이 그나마 자원이 없는 조직들도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는, 현재 가진 것은 없지만 우리가 기획서를 써서 돈을 따올게 같이 하자, 이렇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식으로 정책이 유연하게 사업 지원방식을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에 따라서 네트워크 활성화 부분도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
 
정성원 : 네트워크라는 용어에 대해 서로 쓰는 개념, 의미가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실적인 작동 형태를 보면 단기적 문제해결, 중장기적인 측면의 인프라구축을 위한 연결망, 사람과의 관계 등을 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역과 조건, 상황에 따라서 네트워크라는 용어에 담겨있는 의미망이 다르게 사용할 수 있는데 네트워크에 대해 풍부하게 논의, 연구되어 이것이 가지고 있는 뜻이 좀 더 명료하게 정리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윤창국 : 네,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 공감합니다. 네트워크에 대해서는 ‘네트워크가 무엇이다’라고 진리 차원에서 규정할 수는 없지만 어떠한 모습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지 합의조차도 안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거든요.
사실 제 논문 제목은 네트워크 형성과정이 아니었습니다. ‘지역사회 연대 형성과정’이거든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 논문을 발표하고 심사하는데 연대라는 표현보다는 네트워크라는 표현을 썼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고쳐진 제목입니다. 원래 네트워크에 대한 관심보다 사회운동적인 연대에 관심이 더 컸는데 바꾸었더니 이것 때문에 연락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박사논문에서는 협업 연대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했는데, 제목을 바꾸면서 이론적 배경 등은 박사논문에서 많이 바뀌었습니다. 막 들어왔을 때 한국사회에서는 네트워크가 유행이구나 라고 해서 이론적 배경에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다시 구성을 했던 것이죠.
찾아보고 공부하는데 합의된 개념이라는 것 자체가 별로 없었습니다. 저는 네트워크는 중립적인 용어로 생각해왔습니다. 말 그대로 그물망, 관계망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네트워크라는 용어를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연대라고 했을 때는 분명히 관계망+지향성이 포함된 개념이기 때문에 저는 그 용어를 더 선호했던 것입니다. 네트워크라는 것 자체는 어떠한 가치지향을 담지 않은 관계망이라고 생각하고 네트워킹이라는 것은 관계망을 형성해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 명확한 개념 정리를 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 대한 조언
 
정성원 :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으시다면요.
 
윤창국 : 조언은 아니고요, 항상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농담이 아니고요, 조언이 아니라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결국 평생교육이라는 학문이 성립할 수 있었던 것은 현장실천가분들의 노력과 헌신, 열정이 있기 때문에, 현장이 있기 때문에 이 학문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현장의 목소리, 현장의 생생함, 다양한 실천모습들을 우리가 온전히 담아내서 그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이런 것들이 얼마나 사회변화에 도움이 되는지를 알려주는 게 저희의 의무인데, 학자 입장에서 상당히 소홀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정말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다양한 목소리, 다양한 현장의 모습 그리고 그것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학술적으로 풀어내도록 향후 노력하겠다는 변명을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습니다.
 
 
정성원 : 긴 시간 성심성의껏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윤창국 : 저도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글&인터뷰_정성원(수원시평생학습관 관장)
정리_이보라(수원시평생학습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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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경제주체 사이의 연대, 협력을 통해
이윤과 경쟁 중심에서 호혜와 우애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회적 경제 생태계(Social Economy Ecosystem)'를 만들어갑니다.
2014/12/12 16:21 2014/12/1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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