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흰 가운을 입은 의사를 상상하셨다고요? 제목에 낚였다고 마음 상하실 것 없어요. 사람에게만 생명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주변의 소외된 사물에 정성을 쏟아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제품으로 되살리는 일도 바로 생명연장의 기술 아니겠습니까. 하하.
특명! 소외된 사물에 애정을!
10월의 어느 청량한 가을날, 평창동 희망제작소 3층 회의실에 제 15기 인턴들이 모였습니다.
에코노트 만들기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주변의 재료를 활용해 나만의 노트를 만드는 프로젝트인데요, 희망제작소 인턴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참여하는 활동이랍니다.
에코노트 만들기를 진행하기 전 가진 사전모임에서 김진수 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에코노트 만들기 프로젝트의 의의를 설명해주셨습니다.
“에코노트를 만들기의 핵심은 단순한 재활용 디자인이 아닙니다.
내 손으로 직접 노트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사람과 사물, 그리고 환경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누구나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체험해 보는 의미도 있고요”
덧붙여 김진수 연구원은 인턴들에게 세 가지 사항을 부탁했답니다.
- 주변에 소외된 사물에 관심 갖기
- 노트를 직접 사용할 사람을 생각한 용도와 형식 선택
- 환경을 배려한 작업공정
자자, 필요한 것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재료들(재활용 자원 포함)과 약간의 시간, 받는 이와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뿐 이랍니다. 여기에 당신의 발랄한 아이디어까지 추가하면 금상첨화!

아직까지는 책상 위가 조금 어수선해 보이는데요. 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부활할지 상상이 가시나요? 네, 저도 상상이 안갑니다. 자, 그럼 하나씩 들여다볼까요.
1. 이혜경의 ‘깜딱’ 메모지함
당장 제품으로 출시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감각적인 디자인을 자랑하는 메모지함이네요. 글루건(접착제의 일종)까지 챙겨와 뚝딱뚝딱하더니 이렇게나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뿌리센터의 이혜경 인턴은 이 작품을 같은 팀 박상현 연구원에게 선물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네요. 사무실에 앉아 하루를 보내는 사용자를 고려해 책상 앞에 두고 편히 쓸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뚜껑을 열면 바닥에 스프링이 달려 있어서 메모지가 위로 깜딱 솟아오른답니다. 뚜껑에 몽당연필 두 자루를 끼워 넣을 수 있게 만든 센스는 덤!

2. 앞머리 서경덕의 ‘견고’노트
빈틈없는 앞머리로 인해 인턴들 사이에서 일명 ‘앞머리오빠’라 불리는 서경덕 인턴의 수첩입니다. 작업 내내 건축학도다운 정밀한 칼솜씨와 본인의 앞머리처럼 빈틈없는 손재주를 자랑하던 우리의 앞머리오빠. 작품의 완성도와 견고성은 두말할 나위 없었습니다요, 아암. 서경덕 인턴은 건축모형을 만들면서 생긴 반투명 트레팔지로 드로잉북을 만들었습니다. 건축과 교수님과 지인이 작업을 하면서 쓸 수 있도록 선물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학교에서 과제를 하고 난 후 남은 짜투리 종이로 수첩을 만드는 알뜰한 센스가 돋보였답니다.

3. 김인선의 ‘뚜껑 열리는’ 메모지

인턴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은 작품입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느껴지시죠?
보시다시피 일명 ‘두루마리’ 수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빈 커피 컵에 메모지를 둘둘 말아 넣은 뒤 필요한 만큼 조금씩 뽑아 쓸 수 있게 만든 발상이 돋보였습니다. 단, 다시 종이를 말아 넣을 때는 뚜껑 열린다는 거! 2% 부족해서 더 귀여운 작품이었답니다.
4. 사진 인턴 임상태의 ‘무늬만’ 수첩

신은 평등합니다. 뛰어난 사진 촬영 능력을 그에게 주셨으나 손재주는 빼앗아가셨으니!
본인 말로는 “휴대성과 종이 보호를 고려한 디자인”이라고, 또 “비가 와도 젖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그그그...글쎄요. 실물을 직접 본 사람으로서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다소 ‘정체를 알 수 없는’ 디자인이라고나 할까요.
그래도 서툰 솜씨로나마 뒷면에 재활용 마크까지 새겨 넣은 정성은 인정! 상태씨~ 사람이 하나만 잘해도 그게 어디에요? 고생하셨어요~ 이그.
5. 오정화의 쇼핑백 노트

쇼핑백 손잡이 부분의 구멍을 살려 제본한 일명 ‘빽’ 노트. 돈 없고 빽 없어도 이 노트 하나면 만사형통이라는 유언비어가... 디자이너 출신의 감각을 발휘해 인턴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았다고 ‘본인이 주장하는’ 작품입니다. 또 “색깔의 조화가 너무 이쁘다”고 ‘본인이 인정한’ 작품이기도 하죠. 집안에 마음에 드는 예쁜 백이 있으면 오늘 밤 한 번 잘라보심이 어떠신지요? 예쁜 노트 하나 뚝딱 생겨난답니다.

짜잔. 이 날의 에코 노트 만들기를 총 기획, 지휘한 희망제작소의 그린디자이너, 김진수 연구원입니다. 김진수 연구원은 에코노트 만들기를 진행하며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생활 속의 작은 실천이 중요함을 강조했답니다. 김진수 연구원은 매 기수 인턴들과 에코노트 만들기 작업을 진행해왔는데요, 이번 기수 인턴들의 아이디어가 “유달리 뛰어나다”고 평가했답니다. 호호. 김진수 연구원님, 매 번 그렇게 얘기하는 건 아니겠죠? 솔직히 에코노트 만들기를 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다소 번거롭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푼돈만 내면 손쉽게 살 수 있는 수첩을 굳이 힘들게 나의 섬섬옥수로 만들다니요. 그.러.나. 직접 만들어보니 무엇보다 너무너무 재밌습니다! 생활 속의 실천이라는 말도 마음 속 까지 잘 와 닿지 않았는데요, 작은 아이디어 하나면, 작은 정성 하나면 충분히 ‘그린 라이프’를 실천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무엇보다 저를 들뜨게 한 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노트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즐거움이라고 할까요? 이 즐거움을 여러분과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오늘 밤 가족들과 오순도순 둘러 앉아 우리 가족을 위한 에코노트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아이도, 지구도 좋아하지 않을까요? 못생겨도 좋다! 표지와 내지만 갖춰다오! 이상 지금까지 희망제작소 15기 인턴들의 좌충우돌 에코노트 만들기 현장 중계였습니다. 위 작품들 중 마음에 드는 노트가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제작 비법을 살짝 공개해드리겠습니다. 허나 품질은 책임 못 진다는 거~!
by 희망인턴 15기 오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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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희망씨



